2025년의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, 오랜 전쟁 직후의 황폐화된 땅은 더 이상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다. 땅 곳곳에는 지뢰가 묻혀 있고 심하게 부패한 전사자들의 시신이 매장되어 있으며 그로 인해 물은 오염되어 마실 수가 없다. 전쟁 신경증을 앓고 있는 전직 군인 세르히는 제련소에서 일하며 그 땅을 지켜내고자 했지만, 그마저 문을 닫아버리자 트럭에 물을 싣고 다니며 군인들에게 공급하는 일을 한다. 그러던 중 전사자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임무를 맡은 ‘검은 튤립’의 카탸를 만나 돕게 되고, 둘은 이내 사랑에 빠진다. 총 28개의 숏으로 구성되어 있는 〈아틀란티스〉는 주로 롱테이크와 롱숏으로 촬영된 장면들을 통해 그 황량한 공간의 일부가 되어 삶을 개척해 가는 인물들의 몸짓을 세밀하고 주의 깊게 담아낸다. 세르히와 카탸는 자신들이 떠나온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더 이상 살 수 없게 된 현실을 받아들이며 서로의 체온에 기댄 채 미래를 기약한다.